<출처 : enews.kcg.go.kr>

 


뜸금없이 좋아하는 꽃이 무엇이냐는 선생님의 질문이 있었다
아이들 각자 하나씩 이름을 댄다
장미, 국화, 튤립, 목련..
많이 듣고 익히 아는 것들이 열거됐다

내 차례가 왔다
선생님이 너는 무슨 꽃을 좋아하냐고 묻는다

"동백꽃이요..."

좋아하는 꽃은 없었지만 떠오른 이름이다
조금 의아스럽게 바라보는 선생님의 시선
그리고 '왠 동백꽃' 하면서 멀어지는 선생님..
뭐라 뭐라 말하는 소리는 아이들의 소란에 묻힌다

아직도 이해할 수 없지만
왠지 동백꽃을 좋아하면 안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때 그 꽃이 생각난 이유는 단순하다
금지곡을 찾아 듣던 시기였고,
그래서 이미자의 '동백꽃아가씨' 를 듣던 때였다

십수년이 지난서 그 노래의 가사를 떠올려본다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가슴을 도려내는 아픔으로 울던 사람
그리움으로 울다가 지쳐서 꽃잎이 빨갛게 멍이 들었다"

새삼 너무나 아름다운 시라는 생각이다

거센 바람이 불어오는 해변
거친 바위에 위태롭게 서서
한없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
바보같고 미련하고..
오로지 하나 밖에 생각할 수 없는 사람..

동백꽃을 떠올리면 그런 사람이 생각난다

좋아하는 꽃에 대한 물음에
아무 생각없이 대답했지만 그 이후로
정말 나는 동백꽃을 좋아하게 되었다


(2005.4.28)

 

 

♪ 동백아가씨 - 이생강 (대금)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얼마나 울었던가 동백아가씨
그리움에 지쳐서 울다 지쳐서
꽃잎은 빨갛게 멍이 들었소

 

동백 꽃잎에 새겨진 사연
말 못할 그 사연을 가슴에 안고
오늘도 기다리는 동백아가씨
가신 님은 그 언제 그 어느날에
외로운 동백꽃 찾아 오려나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