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인문학 배우기 열풍이 불었을 때 회사에서 진중권을 초빙했다. 강의 주제는 '파타피직스'였다. '파타피직스'는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여기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철학에서는 뭐가 '실체'이고 아닌지가 많이 중요한가 보다. 플라톤부터 지금까지 수천 년 동안 '있다, 없다'가 끝나지 않는 주제이다. 

진씨도 그런지 그로부터 십수 년이 지난 지금도 '메타', '파타', '판타지' 같은 것을 즐겨 말하곤 한다. 당시 그는 '나는꼼수다'도 '파타피직스'로 해석했는데, '나는꼼수다'를 사람들이 '음모론'인줄 알고 즐기다가 사실로 받아들이면서 사이비종교가 되고 선동 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얼마 전부터는 조국 전장관을 디스하는데 열과 성을 다하는데 TV토론에 나와 자신과 다른 말을 하는 사람들을 '파타피직스'로 해석하는 걸 볼 수 있었다. 아무도 관심이 없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그가 설파하는 '파타피직스'를 고찰해봤다.

최근에 전성기를 맞은 가수 양준일이 있다. 몇 개월 전 '시대를 앞서간 가수, 미래에서 온 가수, GD보다 20년 앞선 가수, 탑골 GD'라며 양준일을 소개하는 글을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다. 그가 활동했던 90년대 영상도 봤다. 몇 개의 노래 중에 '가나다라마바사'를 들으니 기억이 났다. 사람들은 그의 패션과 음악이 '미래에서 온 것'이라고 했다. 글은 퍼졌고, 팬들이 생겼고 급기야 잊힌 가수를 찾는 '슈가맨'에 출연하며 활동을 재개했다. '파타피직스'한 현상이다. 

이런 것도 있었다. 그가 1992년에 이미 손가락 하트를 썼으며 20년이나 앞섰거나 미래에서 왔다는 것이다. 난 해당 글에 조심히 댓글을 달았다. '당시는 손가락 하트가 아니라 소심한 V(브이)였다'고. 하지만 나의 댓글은 바보 같은 것이다. 파타피직스 하지 않다. 결국 나 같은 사람은 이 놀이에서 배제된다. 만약 진씨가 양준일 현상을 분석한다면 필히 '파타피직스'를 말할 것이고 '존재하지 않는 것을 갖고 실존하는 것처럼 하는 놀이'일 뿐이라고 할 것이다. 나아가 '유치한 판타지'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파타피직스는 쉽게 구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구도 이것은 가짜, 저것은 진짜 같은 소리를 하기 힘들다. 문명 자체가 가짜이기 때문이다. 진씨가 '우리 사회는 학자나 전문가의 권위마저 무너졌다'라고 지적했는데, 학자나 전문가 자체가 파타피직스 아닌가. 졸업장이나 증명서 같은 종이를 나눠 가지며 학자니 전문가니 칭하며 사회 전체가 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다.

이것뿐 만 아니다.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하는 놀이'는 세상 모든 것에 해당한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인간이 세상을 지배하게 된 원인의 첫 번째가 인지 혁명이라고 했다. 바로 '거짓말의 발명'이다. 종교처럼 존재하지 않는 신을 공유하는 능력 때문에 사피엔스가 지구를 지배하게 되었다고 한다.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여기면서 노는 것이 바로 사피엔스라는 말이다. 그러니까 인간의 문명은 파타피직스이다. 파타피직스 위에 존재하는 인간이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려는 시도 자체가 난센스 아닐까.

그런데 진씨는 뭐가 가짜이고 진짜인지 확신에 차 있다. '제가 아니까요'는 그런 심리 상태를 말해준다. 무언가에 '꼭지'가 돌아서 열심히 싸우는 것 같은데 누구와 싸우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스스로 '파타피지션'이 되어 가짜를 만들어 열심히 쉐도우 복싱하며 놀기로 했나 보다. 그래서인지 '가짜'를 '진짜'로 만드는데 도가 튼 변태 언론들이 응원하고 있다. 진씨도 싫지 않은지 자신의 페이스북에 열심히 조선일보를 인용하면서 흥분하고 있다. 

 

<조중동의 떡밥이 되어 즐기고 있는 진중권>

 

나가면서...

파타피직스를 고찰하면서 난 좀 더 겸손해져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내가 아는 것은 언제든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이만하면 진씨가 두어 시간 밖에 가르치지 않았지만 잘 알아들은 좋은 제자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진씨도 '제가 아니까요'라고 말하는 자신을 돌아보며 스스로가 '파티피지션'이 아닌지 고찰해보길 바란다. 

 

 

 

 

 

 

 

 

 

 

 

 

 

 

 

Posted by rushcr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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