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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노력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알게되는 고전이 있다. 나에게 햄릿이 그런 류에 속한다. 
중학생 때 우연히 문고판을 사서 읽었는데 지루했다. 햄릿은 고리타분한 얘기라는 인식이 생겼다.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멜깁슨 주연의 영화 '햄릿'을 봤다. 재미 없었다. 역시 햄릿은 재미없다는 인식이 더 강해졌다. 그리고 마흔이 되어서 케이트 윈슬렛이 출연하는 피어스 브래넌 주연의 영화 '햄릿'을 봤다. 그제서야 햄릿의 매력이 느껴졌다.

내친김에 문고판이 아닌 정식 번역판을 구해서 읽었다. 어느 신문 기사에서 최재서 번역이 좋다고 하길래 이것으로 읽었는데 별로 였다. 한글을 고어(古語)를 써서 높은 점수를 받았나 본데 읽는데 방해가 되었다. 1947년 로렌스 올리비아 주연의 영화 '햄릿'도 보았다. 이것은 좀 산만했지만 로렌스 올리비아의 마지막 대사가 압권이었다. 

내친김에 여러 번역가의 책을 보기로 마음 먹었다. 연극에서 많이 쓰인다길래 신정옥 번역본을 골랐다. 하지만 무슨 소린지 모를 문장이 있었다. 소리내서 읽었는데 입에 잘 붙지 않는다. 서술어가 일괄되지 못하고 구어체와 문어체가 섞여 있다. 대화를 이어서 읽을 수 있게 표시한 것은 좋았다. 한 사람의 대사가 끝나는 곳 아래에서 바로 문장이 시작되는 식이다. 

세번째는 여석기, 여건종 번역이었다. 현재까지는 이 번역이 제일 좋았다. 앞으로 더 읽어볼 작성이다.

정리하면 총 3편의 영화와 3편의 번역본을 읽었다. 햄릿을 시작한다면 케네스 브래넌의 햄릿과 로렌스 올리비아의 햄릿을 보고 나서 책을 읽기를 추천한다. 

가끔 햄릿의 가장 유명한 구절을 곱씹곤 하는데 내가 이해하듯이 사람들은 이해하고 있을까 싶어서 직접 번역하기로 했다. 

 

햄릿 3막 1장 <To Be or Not To Be>

번역: rushcrow.com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Whether 'tis nobler in the mind to suffer
The slings and arrows of outrageous fortune,
Or to take arms against a sea of troubles
And by opposing end them.
 
살던대로 살까, 아니면 죽을 길로 갈까. 그것이 고민이다.
어떤 것이 더 고결할까. 마음 속에
가혹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맞고 고통으로 사는 것
아니면 고통의 바다에 맞써 무기를 들고
싸워 그들을 끝장내는 것
 
To be or not to be의 해석이 늘 괴로웠다. '사느냐 죽느냐'가 많이 알려진 번역이다. Be는 존재를 뜻한다. 그냥 사는 것이 아니라 실존을 뜻한다. To be는 '가혹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받는 고통을 in the mind 하는 것'이다. 마음에 고통을 짊어지고 사는 것을 말한다. Not to Be는 반대로 고통을 벗어나는 것이다. 이것은 '고통의 바다에 맞써 무기를 들고 그들을 끝장 내는 것'이다. To Be를 하면 나는 살지만 마음은 고통스러울 것이고, Not to be를 하면 저들을 끝장내고 나는 사형 당하지만 마음은 평화롭다는 것을 말한다. 사는 것은 고통이고, 죽는 것은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죽음 뒤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는 두려움 때문에 이것도 선택할 수 없다.
 
nobler: noble의 비교형, 더 고귀한
sling: 매달다, (투석기에 의한투석팔매질
outrageous: 부당한
fortune: 운명
oppose: 대항하다, 항쟁하다
 
To die—to sleep,
No more; and by a sleep to say we end
The heart-ache and the thousand natural shocks
That flesh is heir to: 'tis a consummation
Devoutly to be wish'd.
 
죽는 다는 것은 잠 드는 것.
더 이상 없는 것; 끝이라고 말하는 잠에 드는 것
마음의 고통과 천 개의 고문이
육신에 남겨지는 것; 이것의 종말
이것이 내가 진심으로 바라는 것
.
wish'd: wish의 과거형 (고어)
flesh: 육신
heir: 후계자, 상속인. 여기서는 '남겨지는 것'으로 해석
 
To die, to sleep;
To sleep, perchance to dream—ay, there's the rub:
For in that sleep of death what dreams may come,
When we have shuffled off this mortal coil,
Must give us pause—there's the respect
That makes calamity of so long life.
For who would bear the whips and scorns of time,
 
죽는 다는 것은 잠 드는 것.
잠들면 꿈을 꾸겠지. 아, 문제가 있어
우리가 이 굴레를 벗어나 죽음이란 잠에 들면
어떤 꿈을 꿀지 몰라 함부로 행동하지 못한다는 것
그래서 긴 세월 동안 불행을 견디며 사는 것이겠지
그렇지 않으면 누가 살겠는가.
 
Th'oppressor's wrong, the proud man's contumely,
The pangs of dispriz'd love, the law's delay,
The insolence of office, and the spurns
That patient merit of th'unworthy takes,
When he himself might his quietus make
With a bare bodkin? Who would fardels bear,
To grunt and sweat under a weary life,
 
세상의 채찍과 조롱, 압제자의 횡포와
세도가의 멸시, 사랑에 버림 받는 고통과 지겨운 재판
법관들의 오만, 덕을 가진 자가 하찮은 자들에게 받는 모욕들을
한 자루의 작은 칼이면 다 끝장낼 수 있는데
누가 이 지겨운 짐을 지고 땀을 흘리겠는가
 
But that the dread of something after death,
The undiscovere'd country, from whose bourn
No traveller returns, puzzles the will,
And makes us rather bear those ills we have
Than fly to others that we know not of?
Thus conscience doth make cowards of us all,
And thus the native hue of resolution
Is sicklied o'er with the pale cast of thought,
And enterprises of great pith and moment
With this regard their currents turn awry
And lose the name of action.
 
하지만 한번 가면 올 수 없는 미지의 나라,
죽음의 나라에 가면 무엇이 있을지 무서워 마음이 흔들리고
알지도 못하는 고생을 하며
현생을 견디고 있는 것
이런 조심성으로 우리는 겁쟁이가 된다.
결심의 처음 빛깔은 생각의 창백한 색조에 흐려지고
중대한 의미가 있던 대담한 계획은
길을 벗어나 결국 행동 하지 못한다.
 
 
 
<그리고 마지막 대사>
 
O, I die, Horatio!
The potent poison quite o’ercrows my spirit.
I cannot live to hear the news from England.
But I do prophesy th’ election lights
On Fortinbras; he has my dying voice.
So tell him, with th’ occurrents, more and less,
Which have solicited—the rest is silence.
 
오, 나는 죽네 호레이쇼!
강한 독이 내 영혼을 갉아 먹네
영국에서 온 소식도 듣지 못하겠네
하지만 미리 투표 하자면
포틴브라스; 내 그에게 뒤를 맡기겠네
그러니 그에게 말하게, 이 일에 대해 , 모든 것을
부탁하네 — 남은 건 고요하구나
 
th’ election lights:덴마크에서 다음 왕을 선출할 때 하는 투표를 말하는 듯함.
he has my dying voice는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겠다. 좀 더 연구해봐야 겠다. 
the rest is silence. 여러 의미로 해석되고 있으나, 햄릿의 번잡한 갈등이 없어지고 평온한 것을 뜻하는 것이면 좋겠다. 죽음은 꿈을 꾸는 것이고, 꿈은 괴로울 것이라서 죽지도 못하고 살고 있었는데, 실제 죽음은 번민이 사라지고 고요하다는 것이라면 좋겠다. 스스로에게 Rest in peace 라고 하는 것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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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동네 친구 집에 놀러갔다. 건담 프라모델같은 장난감이나 게임기, 보물섬(만화잡지책) 같은 것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 보다 부러웠던 건 천체 망원경이었다. 만져보지는 못했지만 보는 순간 전율같은 게 느껴졌다. 별에 관심도 없었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 친구 집에 또 다른 것이 있었다. '코스모스'. 

아마도 친구의 형 것이었던 듯 싶다. 표지를 보는 순간 알 수 없는 경외심이 생겼다. 그날 집에 와서 한 권짜리 두꺼운 백과사전에서 별자리에 대한 부분을 읽었다. 밤에 밖에 나가 하늘을 보았다. 도시의 밤 하늘에 몇 개의 별들이 보였다. 더 어려서 시골에서 보았던 무수히 많은 별들을 떠올랐다. 천문학자가 될까? 

그 뒤로 잡지책 같은데 있는 망원경 광고를 보곤 했다. 갖고 싶던 것이 13만 원 쯤이었는데 지금 가치로는 한 200만 원 정도 될 것이다. 부모님에게 말을 할 수 없었다. 아마 샀다고 해도 딱히 볼 데가 없었을 것이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그때 전율은 사라졌고, 별은 그저 아주 가끔 펼쳐보는 사진 앨범같은 존재가 되었다. 코스모스도 언젠가 읽어야 할 목록에만 존재했다. 그런 책을 이제 보았다. 

우주를 한바퀴 여행한 기분이다. 

책은 양장과 페이퍼백이 있다. 책상에 가만히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다면 양장이 좋겠지만, 책을 들고 다니면서 읽어야 한다면 페이퍼백을 사는 것이 좋다. 양장은 500쪽이고 페이퍼백은 700쪽이라고 해서 양장이 더 얇다고 생각하면 오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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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는 text파일로 읽었다가 이번에 다시 민음사의 것(공경희 번역)으로 보았다. 워낙 유명한 소설이라 여러 가지 분석이 있을 것인데 난 이렇게 느낀다.

아무 데도 갈 곳 없는 주인공, 콜든 홀필드는 부조리한 어른이 되어 간다. 어른이 되고 싶은 것 같지만 사실 저항하고 싶다. 어른의 세계는 낭떠러지다. 아이들은 키가 큰 호밀밭 속에서 철없이 놀고 시간이 지나면 어른이 된다. 호밀밭 끝에 있는 낭떠러지로 떨어진다. 콜든은 아이의 순수함을 지키고 싶다. 자신이 어른이 되는 것을 막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시간이 지나는 것. 그것은 아무도 거스를 수 없으니까. 그가 선택한 타협은 지난 시간을 그리워하는 것 뿐이다. 콜든은 그래서 계속 우울하다.

콜든에게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게 만든 노래를 가져왔다.

호밀밭은 갈대숲 정도를 생각하면 된다. 노래 내용은 대충 이렇다. '호밀밭에서 그녀를 만나 사랑을 나누고, 많은 남자들이 그녀와 호밀밭에서 관계해도 누가 알겠는가.' 

그러니까 소설에서 말하는 호밀밭은 어른으로 가는 은밀한 장소를 뜻하는 것인듯 싶다.

 

 

Comin thro the rye

- Poem: Robert Burns


Gin a body meet a body,
Comin' through the rye
Gin a body kiss a body,
Need a body cry?
Ilka lassie has a laddie
Nane, they say, ha'e I
Yet a' the lads they smile at me
When comin' through the rye

Gin a body meet a body,
Comin' frae the well,
Gin a body kiss a body,
Need a body tell?
Ilka lassie has a laddie,
Nane, they say, ha'e I,
But all the lads they smile at me
When coming though the rye.

Gin a body meet a body
Comin' frae the town,
Gin a body meet a body,
Need a body frown?
Ilka lassie has a laddie,
Nane, they say, ha'e I,
But all the lads they lo'e me weel
And what the waur am I?

Amang the train there is a swain
I dearly lo'e mysel'
But whaur his hame or what his name,
I dinna care to tell.
Ilka lassie has a laddie,
Nane, they say, ha'e I,
But all the lads they lo'e me weel
And what the waur am I?

Glossary
a': all
dinna; do not, don't
frae: from
gin: if
ha'e: have
ilka: each
lo'e: love
nane: none
waur: worse
whaur: w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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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쓸모없다고 여기는 책이라면 '성공하는 법'같은 자기계발서인데 그럼에도 눈이 가고 가끔 보게 되는 것이 '글 잘쓰는 법'에 대한 책이다. 자기계발서는 노력보다 욕심이 더 클 때 보는 것 아닌가 싶은데 나에게는 '글 쓰기' 분야가 그런가보다.

유시민작가의 '글쓰기에 대한 30년 영업 기밀'은 사실 인터넷에서 동영상을 검색해 볼 수 있다. 이 책은 그 영상을 글로 쓴 듯하다. 그러니까 '글 쓰기'에 대해서는 책을 읽는 것보다 동영상을 보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는 글 쓰기외에 책 읽기에 대한 내용도 있다. (그마저도 작가의 다른 책 '청춘의 독서'가 더 유익한 듯 하지만)

그랬거나 저랬거나 요즘 리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를 읽고 있는데 너무 따분해서 쉬는 기분으로 읽었다. 그러자 조금 유쾌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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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역자: 양억관 옮김
출판사: 민음사 2013.7.1
페이지수: 440

내 평점: 3.0

 

얼마 전 독일 작가 귄터 그라스가 사망했다는 인터넷 뉴스에 누군가 댓글을 달았다. 자신의 아버지는 작가를 세치혀로 살아가는 건달들이라며 혐오했고, 그래서 자신의 집에는 소설책이 없다는 내용이다. 난 피식 웃었지만 그 뒤로 소설이라는 것, 작가라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보곤 한다.


소설과 작가에 대한 이런 식의 공격은 사실 엄청 오래된 것으로 안다. 그러니까 플라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플라톤은 소설, 연극, 시 따위를 천하에 쓸데 없는 가짜라고 치부했고, 작가는 갖다 버려야 한다고 공격한다. 정확한 말은 아니고 대충 그런 느낌이다. 그 뒤로 아리스토 텔레스가 변호하면서 이런 것들이 학문이 된다.


소설 책 하나 갖다 놓고 주제넘게 무슨 철학을 설파하려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무라카미 하루키의 '색채가 없는...'을 읽으면서 난 귄터 그라스 사망 기사에 달린 댓글이 떠올랐다. 정말 쓸모 없는 소설이다. 하지만 잘 읽힌다. 그것이 좋다. 문장이 좋아서 인지, 번역가가 잘 읽히게 번역한 건지 알수 없지만 어쨌든 한장 한장 잘 넘어간다.


무라카미를 읽으면 그에게 고마움을 느끼곤 하는데, 그건 나도 쓰고 싶다라는 열망을 강하게 불어 넣어 준다는 점이다. 다른 작가들의 글은 나에게 '소설 쓰기는 너의 영역이 아니야'라고 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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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 관심 있으세요?"

동료가 묻는다.

"많지 관심"

그러자 그가 빌려준 책.

결국 읽고 있던 다른 책을 잠시 미뤄두고 읽었다.

오마이뉴스의 오현호 기자겸 대표가 행복지수 1위라는 덴마크를 취재한 이야기이다. 무엇이 그들을 행복하다고 말하게 하는지 분야별로 나누어 설명한다. 쉽게 읽히므로 마음만 먹으면 몇 시간이면 읽을 것이다.

동화 같은 덴마크의 복지 정책은 미뤄두고 여기서는 딱 두 가지만 짚고 싶다.

하나는 기업 복지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기업의 복지는 무엇일까. 책에서는 덴마크 회사의 복지를 직원이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직원이 퇴근 후에 집에서 하게 될 저녁을 짓는 등의 일을 회사가 해결해주어 푹 쉴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나를 조금 놀라게 한 발상의 전환이었다.

다른 하나는 좀 개인적인 것인데 '가슴이 뛰는가'를 질문하고 있는 점이다. 최근에 내가 스스로에게 자주하고 있는 질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가. 지금 그것을 하고 있는가. 

이 책은 행복은 무엇인지, 그것을 위해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작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초등학생들 밥 주는 것 갖고도 아직까지 시끄러운 나라에서 살고 있는 우리.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 아니 행복할 수 없을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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