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7년이 넘었구나. 누군가 이런 소릴 했다. 문득 김광석이 돌아간 나이보다 많아진 것이 이상하다고... 우리에게 그는 항상 그 모습으로 남아 있어서 일 것이고 그즈음이면 그 만큼 성장했어야 하지 않나라는 반성같은 것일 것이다.

예전에 친구는 그에게 아저씨라고 불렀다. 저렇게 젊은 사람에게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 김광석

곱고 희던 그 손으로
넥타이를 매어주던 때
어렴풋이 생각 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막내아들 대학 시험
뜬눈으로 지내던 밤들
어렴풋이 생각 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큰 딸아이 결혼식 날
흘리던 눈물방울이
이제는 모두 말라
여보 그 눈물을 기억하오

세월이 흘러감에
흰머리가 늘어감에
모두가 떠난다고
여보 내 손을 꼭 잡았소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다시 못 올 그 먼 길을
어찌 혼자 가려 하오
여기 날 홀로 두고
여보 왜 한마디 말이 없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사진출처 : www.samna.co.kr>


 

아마 그녀는 모를 것이다
가끔 잠 자는 척하며 실눈으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나를
그 순간, 너무 행복하다는 생각에 지긋이 웃던 나를

그리고 나 역시
그녀의 사랑을 모를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함께할 수 없는 이유는 아닐 것이다


 

그녀가 처음으로 울던 날 - 김광석
 
 
그녀의 웃는 모습은
활짝 핀 목련꽃같애
그녀만 바라보면
언제나 따뜻한 봄날이었지
 
그녀가 처음 울던 날
난 너무 깜짝 놀랐네
그녀의 고운 얼굴 가득히
눈물로 얼룩이졌네
 
아무리 괴로워도 웃던 그녀가
처음으로 눈물 흘리던 날
온 세상 한꺼번에 무너지는 듯
내 가슴 답답했는데
 
이젠 더 볼 수가 없네
그녀의 웃는 모습을
그녀가 처음으로 울던 날
내 곁을 떠나갔다네
 
 
아무리 괴로워도 웃던 그녀가
처음으로 눈물 흘리던 날
온 세상 한꺼번에 무너지는 듯
내 가슴 답답했는데
 
이젠 더 볼 수가 없네
그녀의 웃는 모습을
그녀가 처음으로 울던 날
내 곁을 떠나갔다네

그녀가 처음으로 울던 날
내 곁을 떠나갔다네

 

 

 



 

 

 





돌이켜보면 그 사람
평생을 같이 할 수 있어서, 그래서 항상 내 옆에서
내 편이 되어 줄 거라 믿었다

그러던 어느날 - 늘 그렇듯 그러던 어느날이다

그 사람은 세상보다 더 차가운 비판을 하고
他人보다 더 큰 他人이 되어 나를 대한다

누구나 겪지만 누구에게나 아픈
그런 일이다


 

서른 즈음에 - 김광석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 연기처럼
작기만한 내 기억 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 속엔
더 아무 것도 찾을 수 없네

계절은 다시 돌아 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 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 온 것도 아닌데

조금씩 잊혀져 간다
머물러 있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 속엔
더 아무 것도 찾을 수 없네

계절은 다시 돌아 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 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 온 것도 아닌데

조금씩 잊혀져 간다
머물러 있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가끔은 말이다.
지금의 행복이 혹은 살아있음이...
그때 힘들었던 혹은 나를 대신하여 간 사람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쪽팔리기도 하고.. 그렇다...
나는 잘 살아야 해...
나는 잘 되어야 해...
이런 말.. 아무렇지도 않게... 하곤 하는데...
사람을 밟고 서는 것 만큼
죄스러운 것이 어디있으며...
그것만큼 쪽팔린 것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도.. 그런데도..

모른다. 왜 우리가 이곳에서 숨을 쉴 수 있는지..
왜 나는 잘 살아야 돼 같은 쪽팔린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는지..

그래서 가끔은 말이다.
쪽팔리기도 하지만 말이다.
화도 나기도 한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 김광석

 

그대 보내고 멀리
가을새와 작별하듯
그대 떠나보내고
돌아와 술잔 앞에 앉으면
눈물 나누나

그대 보내고 아주
지는 별빛 바라볼 때
눈에 흘러 내리는
못다한 말들 그 아픈 사랑
지울 수 있을까

어느 하루 비라도 추억처럼
흩날리는 거리에서
쓸쓸한 사람되어 고개 숙이면
그대의 목소리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어느 하루 바람이 젖은 어깨
스치며 지나가고
내 지친 시간들이
창에 어리면
그대 미워져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이제 우리 다시는 사람으로
세상에 오지 말길
그립단 말들도 묻어버리길
못다한 사랑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사진/합성: rushcrow.com>

 


 

타는 목마름으로
                        - 김지하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 가닥 있어
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동트지 않은 뒷 골목의 어딘가
발자국소리 호르락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 소리
신음소리 통곡소리 탄식소리 그 속에 내 가슴팍 속에
깊이깊이 새겨지는 네 이름 위에
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
살아오는 삶의 아픔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오는 끌려가는 벗들의 피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떨리는 치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 판자에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다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촛불 사진 출처: www.ohmynews.com>

 

♪ 타는 목마름으로 - 김광석


 

 

이제 이 사람을 생각하면 JSA 의 한장면이 생각난다.

"왜 광석이는 그렇게 일찍 갔대냐?"

라던....

 

이등병의 편지 - 김광석


집 떠나와 열차 타고 훈련소로 가는 날
부모님께 큰절하고 대문 밖을 나설 때

가슴속에 무엇인가 아쉬움이 남지만
풀 한 포기 친구 얼굴 모든 것이 새롭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생이여

친구들아 군대가면 편지 꼭 해다오
그대들과 즐거웠던 날들을 잊지 않게

열차시간 다가올 때 두 손 잡던 뜨거움
기적소리 멀어지면 작아지는 모습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꿈이여

짧게 잘린 내 머리가 처음에는 우습더니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굳어진다 마음까지

뒷동산에 올라서면 우리 마을 보일런지
나팔소리 고요하게 밤하늘에 퍼지면

이등병의 편지 한 장 고이 접어 보내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꿈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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