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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에 올라
- rushcrow.com
아직 익지 않은 가을이지만
장대를 들고 은행나무 위에 선다
작년에는 다른 사람들이 다 가져갔지
조금 이른 것 아니냐는 물음에
아버지는 가을을 재촉하듯 빈 곳에 말한다
여름내 볕을 많이 받음 직한 곳이
제법 굵고 노랗다
장대를 대어본다
후두둑 후두둑
팔 짓을 할 때마다 눈물처럼 은행 떨어진다
장갑을 벗듯 열매를 벗은 나뭇가지는
눈물을 훔친 팔뚝처럼 외롭다
나는 그곳에 숨을 불고
위를 본다. 덜 익은 노란색의 가지와 가지
사이로 파란 하늘이 질서를 가진다
멀리 환청처럼 들리는
운동장의 공 차이는 소리
늘 옆에 있던 사람을 보낸 후
날씨 좋은 일요일, 가을 초입
나는 이렇게 시간을 보낸다
더 올라가 보라는 아버지의 소리로
아래를 보면 낯선 구도의 대지
그곳에 점점이 수놓은
노란색 은행, 아버지의 굽은 허리
나는 웃는다 속으로 그저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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