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ushcrow>


 

떠나가는 배 - 정태춘 

저기 떠나가는 배 거친 바다 외로이
겨울비에 젖은 돛에 가득 찬바람을 안고서

언제 다시 오마는 허튼 맹세도 없이
봄날 꿈같이 따사로운 저 평화의 땅을 찾아

가는 배여 가는 배여 그곳이 어드메뇨
강남길로 해남길로 바람에 돛을 맡겨

물결 너머로 어둠 속으로 저기 멀리 떠나가는 배

너를 두고 간다는 아픈 다짐도 없이
남기고 가져갈 것 없는 저 무욕의 땅을 찾아

가는 배여 가는 배여 언제 우리 다시 만날까
꾸밈 없이 꾸밈 없이 홀로 떠나가는 배

바람소리 파도소리 어둠에 젖어서 밀려올 뿐


<출처 : enews.kcg.go.kr>

 


뜸금없이 좋아하는 꽃이 무엇이냐는 선생님의 질문이 있었다
아이들 각자 하나씩 이름을 댄다
장미, 국화, 튤립, 목련..
많이 듣고 익히 아는 것들이 열거됐다

내 차례가 왔다
선생님이 너는 무슨 꽃을 좋아하냐고 묻는다

"동백꽃이요..."

좋아하는 꽃은 없었지만 떠오른 이름이다
조금 의아스럽게 바라보는 선생님의 시선
그리고 '왠 동백꽃' 하면서 멀어지는 선생님..
뭐라 뭐라 말하는 소리는 아이들의 소란에 묻힌다

아직도 이해할 수 없지만
왠지 동백꽃을 좋아하면 안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때 그 꽃이 생각난 이유는 단순하다
금지곡을 찾아 듣던 시기였고,
그래서 이미자의 '동백꽃아가씨' 를 듣던 때였다

십수년이 지난서 그 노래의 가사를 떠올려본다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가슴을 도려내는 아픔으로 울던 사람
그리움으로 울다가 지쳐서 꽃잎이 빨갛게 멍이 들었다"

새삼 너무나 아름다운 시라는 생각이다

거센 바람이 불어오는 해변
거친 바위에 위태롭게 서서
한없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
바보같고 미련하고..
오로지 하나 밖에 생각할 수 없는 사람..

동백꽃을 떠올리면 그런 사람이 생각난다

좋아하는 꽃에 대한 물음에
아무 생각없이 대답했지만 그 이후로
정말 나는 동백꽃을 좋아하게 되었다


(2005.4.28)

 

 

♪ 동백아가씨 - 이생강 (대금)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얼마나 울었던가 동백아가씨
그리움에 지쳐서 울다 지쳐서
꽃잎은 빨갛게 멍이 들었소

 

동백 꽃잎에 새겨진 사연
말 못할 그 사연을 가슴에 안고
오늘도 기다리는 동백아가씨
가신 님은 그 언제 그 어느날에
외로운 동백꽃 찾아 오려나

 

 

 


<사진: rushcrow '벌교'>

 

요즘 꿈을 꾼다
깊게 잠을 못자면 꿈을 꾼다지만
나는 여행하고 싶어서
어디로 가고 싶어서
자꾸만 꿈을 꾸고 있음을 안다

어제는
헤어진 지 참 오래된 사람이
나와 함께 길을 걸었다
어디로 가는지
우리 둘 다 모르고 있는지
그저 걷기만 했다
그렇게 보고 싶었던 힘든 날 동안
꿈에도 한번 안 나오네라고 타박했던
그 사람이
이제는 그 생김마저 희미해져 가는데
어쩌면 저렇게 화사하게 웃을까
어쩌면 저토록 선명하게 내 앞에 있을까
무의식이 기억하는 모습으로
한 올의 머리카락까지
그려놓았을까

쓴 웃음으로 깨어난 하루
낯선 하늘 그리고 거리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 버려두었던
사람, 이제는 꿈 속의 웃음이
마지막 페이지가 되어 버린 사람

 

마지막 꿈 (글 : rushcrow)

2004/08/27 21:35



♪ 마지막 안식처 - 조관우


 

 
 
기다리는 일 그건 어쩌면 늘
체념도 함께 배우는 일이지
때로는 기다릴 때가 더 행복했음을
뒤에 깨달을지라도

너 때문에 눈물나도 너 때문에 또
그 눈물 마를 날이 온다면 나 아직은
이대로 널 기다려야지
이 아픔 다 보상해주겠지

더 오래 걸려도 난 널 이해해줄게
더 많은 날 내게 행복을 주려는 거라고
대신 난 준비할게 마지막 안식처는 나라고 믿게
돌아오고픈 마음이 들게

다 잃어도 너 하나는 마지막까지
나 포기하지 못할 것 같아
부탁이야 너도 나를 포기하지 마
기다림도 없는 삶은 슬퍼 

더 오래 걸려도 난 널 이해해줄게
더 많은 날 내게 행복을 주려는 거라고
대신 난 준비할게 마지막 안식처는 나라고 믿게
정말 돌아오고 싶게 다시 내 곁으로

 

 

 


백두산의 호랑이 지금도 살아있을까. 포효할 수 있는 힘이 아직 있을까.
아무 것도 하지 말고 잠깐 동안 음악을 들으면서 가사를 천천히 읽어보자...




터 - 신형원


저 산맥은 말도없이 5천년을 살았네
모진 바람을 다 이기고
이 터를 지켜왔네

저 강물은 말도없이 5천년을 흘렀네
온갖 슬픔을 다 이기고
이 터를 지켜왔네

설악산을 휘휘돌아 동해로 접어드니
아름다운 이 강산은 동방의 하얀나라

동해바다 큰 태양은 우리의 희망이라
이 내몸이 태어난 나라 온누리에 빛나라

자유와 평화는 우리 모두의 손으로
역사의 숨소리 그날은 오리라

그날이 오면은 모두 기뻐하리라
우리의 숨소리로
이 터를 지켜나가자

한라산을 올라서서 백두산을 바라보며
머나먼 고향을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하구나

백두산의 호랑이야 지금도 살아있느냐
살아 있으면 한번쯤은 어흥하고 소리쳐봐라

얼어붙은 압록강아 한강으로 흘러라
같이 만나서 큰 바다로 흘러가야 옳지 않겠나

태극기의 펄럭임과 민족의 커다란 꿈
통일이여 어서오너라
모두가 기다리네

불러라 불러라 우리의 노래를
그 날이 오도록 모두 함께 부르자

무궁화 꽃내음 삼천리에 퍼져라
그날은 오리라 그날은 꼭오리라



... "가끔 우리는 김대중의 햇빛정책과 노무현의 대북정책을 퍼주기라고 조롱하는 사람들을 본다. 정말로 이 정책이 통일로 가는 길인지는 나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세금을 더 내라고 해도 좋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노래하지 않았나. 그런데 그 소원이 자식이 대학에 가는 것 보다, 승진하는 것보다, 취직하는 것 보다 덜 중요한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자식을 위해서, 승진을 위해서, 취직을 위해서 모든 돈과 노력을 투자한다. 그런데 과연 그만큼 통일에 투자할 수 있을런지... 그동안 우리에게 가르쳤던 '꿈에도 소원은 통일' 은 거짓이었는지"...

(2004.08.14. 17:39)

 

가끔은 말이다.
지금의 행복이 혹은 살아있음이...
그때 힘들었던 혹은 나를 대신하여 간 사람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쪽팔리기도 하고.. 그렇다...
나는 잘 살아야 해...
나는 잘 되어야 해...
이런 말.. 아무렇지도 않게... 하곤 하는데...
사람을 밟고 서는 것 만큼
죄스러운 것이 어디있으며...
그것만큼 쪽팔린 것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도.. 그런데도..

모른다. 왜 우리가 이곳에서 숨을 쉴 수 있는지..
왜 나는 잘 살아야 돼 같은 쪽팔린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는지..

그래서 가끔은 말이다.
쪽팔리기도 하지만 말이다.
화도 나기도 한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 김광석

 

그대 보내고 멀리
가을새와 작별하듯
그대 떠나보내고
돌아와 술잔 앞에 앉으면
눈물 나누나

그대 보내고 아주
지는 별빛 바라볼 때
눈에 흘러 내리는
못다한 말들 그 아픈 사랑
지울 수 있을까

어느 하루 비라도 추억처럼
흩날리는 거리에서
쓸쓸한 사람되어 고개 숙이면
그대의 목소리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어느 하루 바람이 젖은 어깨
스치며 지나가고
내 지친 시간들이
창에 어리면
그대 미워져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이제 우리 다시는 사람으로
세상에 오지 말길
그립단 말들도 묻어버리길
못다한 사랑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사진/합성: rushcrow.com>

 


 

타는 목마름으로
                        - 김지하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 가닥 있어
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동트지 않은 뒷 골목의 어딘가
발자국소리 호르락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 소리
신음소리 통곡소리 탄식소리 그 속에 내 가슴팍 속에
깊이깊이 새겨지는 네 이름 위에
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
살아오는 삶의 아픔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오는 끌려가는 벗들의 피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떨리는 치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 판자에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다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촛불 사진 출처: www.ohmynews.com>

 

♪ 타는 목마름으로 - 김광석


 

 

이제 이 사람을 생각하면 JSA 의 한장면이 생각난다.

"왜 광석이는 그렇게 일찍 갔대냐?"

라던....

 

이등병의 편지 - 김광석


집 떠나와 열차 타고 훈련소로 가는 날
부모님께 큰절하고 대문 밖을 나설 때

가슴속에 무엇인가 아쉬움이 남지만
풀 한 포기 친구 얼굴 모든 것이 새롭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생이여

친구들아 군대가면 편지 꼭 해다오
그대들과 즐거웠던 날들을 잊지 않게

열차시간 다가올 때 두 손 잡던 뜨거움
기적소리 멀어지면 작아지는 모습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꿈이여

짧게 잘린 내 머리가 처음에는 우습더니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굳어진다 마음까지

뒷동산에 올라서면 우리 마을 보일런지
나팔소리 고요하게 밤하늘에 퍼지면

이등병의 편지 한 장 고이 접어 보내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꿈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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