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미친 짓이다"
 

그녀가 왜 사진을 찍고, 앨범을 만들었는지 나는 이해하지 못한다. 다만,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이 영화에서 발견한다.

 

"사랑하면 침묵해야 한다. 차가운 사랑만이 상대를 옆에 있게 한다."


한 순간에 타버릴 것인가, 아니면 오랜 시간 차갑게 달궈질 것인가.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언젠가 헤어질 거라는 불안에 떨게 되고, 결국 그 강박 때문에 헤어지게 된다는 말이 있다. 비행사가 추락에 대한 공포를 벗어나기 위해서 정말로 자신의 비행기를 추락시킨다는 것 처럼.

"헤어지기 싫다면 사랑하지 말아라. 사랑이 깊어지면 버림 받을 것이란 두려움이 짙어진다."

 

남자가 쓰는 소설과 영화에서 흔히 남자 주인공은 여자에 대해 절박하지 않다.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아도 대화는 오고 가고, SEX도 할 수 있다. 그렇게 시작된 둘의 관계...

 

 

즐거운 여행도 있고...

 

 

같은 곳을 바라보는 정신적 교류도 있다.

 

 

설거지를 하거나 음식을 하는 모습은 너무나 사랑스러워 안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둘이 함께 하는 시간"은 점점 자신의 자아를 죽이고 있다는 불안이 쌓이게 되고, 결국 콩나물밥과 같은 사소한 문제로 다투게 마련이다.

이것은 사소한 것이고 그래서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자각이 없다면 "이런 문제로 헤어지게 되는 구나"라는 판단을 스스로에게 한다.

(이 문제를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둘 관계는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겠지.)

 

 

안타까운 것은 한쪽의 노력 만으로 관계는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즐거웠던 추억은 사진으로만 남는다.

 

 

남자 주인공의 나레이션처럼 사진 속에 그녀는 행복하기만 하다.

그래서 사진을 갖고 있는 사람은 쉽게 버리지 못한다. 행복한 추억을 지우기란 쉽지 않으니까. 남겨진 사진은 버려진 사람에게 더욱 가혹한 벌이다.

영화에서 여자가 남자에게 남긴 사진 앨범은 그것을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당신에게 독약이어도 나를 포기하지 마세요."

 

2005.5.5


 

 

♬ 면도 (Ending Title) - 김준석 (결혼은 미친짓이다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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