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의 정규 3집 에 수록된 곡이다. 2018년 5월 발매되었다.

가사가 마음에 들어서 해석을 하려고 관련 정보를 검색했다가 연예기획사가 만든 놀라운 스토리텔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사만 보면 '스스로 자신을 가둔 사람이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지만, 진실하게 대하지 못했고, 헤어진 후 진실하게 대했다면 달랐을까라고 자문'하는 것이 내용이다.

그런데 기획사는 이 곡을 위해 스토리를 만들었고, 소셜 마케팅을 했다. 비단 이 노래 뿐 아니라 최근 몇 년간 방탄소년단의 노래는 하나의 주제와 스토리를 말하고 있다.

이 노래를 위해 방탄소년단의 소속 연예기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한 것을 보자.

일단 가짜 꽃을 하나 만들었다. 꽃 이름은 '스메랄도'. 꽃에 대한 전설도 만든다. 발견된 장소도 설정한다. 갖가지 메타 정보를 만든다. 그리고 가상의 인물, '꽃을 파는 청년'을 만들어 블로그를 개설한다. 이 가상의 인물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스메랄도'를 판다며 블로그에서 이야기를 퍼트린다. 방탄소년단 멤버 '진'이 트위터에 '스메랄도' 얘기를 흘리기도 하고, 꽃이 발견되었다는 도시 '시타 디 스메랄도'에 왔다며 사진도 올린다. 팬들은 스메랄도를 검색하고 이 블로그를 발견한다. 진위 여부가 논란이 된다. 세상에 없던 꽃은 졸지에 실존하게 되고 전설은 살아 움직인다. 가슴 아픈 전설에 대한 노래는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게 된다.

<이게 '스메랄도'라는 꽃이란다. 합성이겠지>

그들이 만든 스토리를 보자. 이 노래를 알려면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15~16세기 이탈리아 북부의 '시타 디 스메랄도'라는 마을 외곽에 작고 낡은 성이 있었는데, 그곳에는 몹시 추한 남자가 살고 있었다. 남자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없다. 외로이 혼자 지내며 정원의 꽃을 가꾸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이다. 어느날 동네 여인이 정원에 들어와 꽃을 훔쳐간다. 남자는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남자는 가면을 쓰고 마을에 가서 여자를 본다. 여자는 꽃을 팔면서 가난하게 살고 있다. 남자는 여자를 돕기 위해 예쁜 꽃을 만들어 여자에게 가지만 이미 죽었다. 그 꽃이 '스메랄도'이고, 꽃말은 '전하지 못한 진심'이다.

'가위손, 겨울왕국, 미녀와 야수'를 대충 섞은 듯한 이야기다. 당연이 이 모든 것은 가짜이다.

그런데 왜 '스메랄도'인가. 이것은 이탈리아어로 에메랄드라는 뜻이다. '시타 디 스메랄도'는 '에메랄드의 도시'라는 뜻이다. 찾지 말아라. 그런 곳은 없다. 있다면 이탈리아 북부에 한 장난감 가게만 있을 뿐이다. 그리고 또 검색되는 것이 있다. '에메랄드의 도시, 오즈'라는 동화책이다. 한국에는 '오즈의 마법사'라고 알려져 있다.

'캔사스 외딴 시골집에서 어느날 잠을 자던 '도로시'가 무서운 회호리 바람 타고서 신비의 나라 '오즈'에 와서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사자와 함께 각자에게 필요한 것을 얻으러 오즈의 마법사가 사는 에메랄드 성으로 끝없는 모험을 시작'하는 것이 내용이다. (이 노래를 안다면 당신의 나이가..?)

 

오즈의 마법사는 각자가 갖고 싶은 것은 이미 자신들이 갖고 있으니, 자신을 사랑하고, 관찰하여 그것을 찾으라는 메시지를 준다. 방탄소년단이 현재 노래하고 있는 일련의 앨범의 주제와도 같다. 1939년에 나온 동명의 영화가 있는데, 보지 못했다면 보기 바란다.
( 1부 
https://www.youtube.com/watch?v=pu1GtQuwugo
  2부 https://www.youtube.com/watch?v=LQcCd9xucTM )

 

음악 하나에 이런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했던 적이 있었나 모르겠지만 나는 처음 본 것이라 이 거대한 거짓말에 황당하기도 하고, 참신한 마케팅에 놀랍기도 하고. 노래 갖고 무슨 짓인가 싶기도 하고, 어차피 예술이라는 건 가짜를 갖고 노는 것이니까 라는 생각도 들고. 철학자 플라톤은 이래서 예술을 폄훼했나 싶기도 하고.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도 떠오르고. 

오래 전 서태지가 8집으로 컴백할 때 했던 속임수가 생각난다. 어느날 보령에 미스터리 서클이 생겼다는 뉴스가 나온다. 세간의 화재가 된다. 술자리에서 UFO가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 대화하기도 했다. 그렇게 며칠 떠들썩 하더니 결국 서태지의 새로운 앨범 홍보였다는 것이 밝혀진다.  

 

이런 마케팅을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이라고 한단다. 재미있는 걸 하나 배운 셈이다.

 

가사를 해석해보자.
영문은 한글로 번역했고, 괄호 속의 파란 글씨로 썼다.

 

전하지 못한 진심 - 방탄소년단 (해석)

번역, 설명: rushcrow.com

외로움이 가득히
피어있는 이 garden (정원)
가시투성이 umm
이 모래성에 난 날 매었어

너의 이름은 뭔지
갈 곳이 있긴 한지
Oh could you tell me? ehh  (나에게 말해줄 수 있니?)
이 정원에 숨어든 널 봤어

And I know (그리고 나는 알아)
너의 온기 모두 다 진짜란 걸 푸른 꽃을 꺾는 손
잡고 싶지만

온기: 가사는 '온긴' 이라고 되어 있는데, '온기는'을 줄인듯 하다. '온기'가 문장으로는 보기 좋은 듯 하여 고쳤다. 

내 운명인 걸
Don't smile on me (나에게 웃어주지마)
Light on me (관심도 주지마)
너에게 다가설 수 없으니까
내겐 불러줄 이름이 없어

- Light on me가 '나를 밝혀달라'는 뜻이겠지만 Don't 이 생략되었다고 볼 수 있다. Don't smile on me, Don't light on me 가 원래 문장이다. 나를 밝히지 말라는 것은 나를 쳐다보지 말라는 뜻이다. '관심을 주지마'로 해석했다. 
- 내겐 불러줄 이름이 없어: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를 떠올려보자. 네가 내 이름을 불러도 나는 너에게 가서 꽃이 될 수 없으니 나는 이름이 없다는 얘기다. 

You know that I can't (나는 할 수 없는 걸)
Show you me (너에게 보여줄 수 없어)
Give you me (나를 줄 수도 없어)
초라한 모습 보여줄 순 없어
또 가면을 쓰고 널 만나러 가
But I still want you (want you, want you)  하지만 널 여전히 원해

Show you me Give you me: 앞 문장에 있는 I can't이 생략되었다. I can't show you me, I can't give you me 로 봐야 한다. 

외로움의 정원에 핀 너를 닮은 꽃
주고 싶었지 ooh hoo hoo
바보 같은 가면을 벗고서

But I know  (하지만 나는 알아)
영원히 그럴 수는 없는 걸 숨어야만 하는 걸

추한 나니까

난 두려운 걸
초라해
I’m so afraid (두려워)
결국엔 너도 날 또 떠나버릴까
또 가면을 쓰고 널 만나러 가

할 수 있는 건
정원에
이 세상에
예쁜 너를 닮은 꽃을 피운 다음
니가 아는 나로 숨쉬는 것
But I still want you (하지만 여전히 너를 원해)
Ah, ah
I still want you, ah (여전히 너를 원해)

'니가 아는 나'는 가면을 쓴 모습일 것이다. 가면을 쓰고 홀로 사는 것이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라는 뜻이다. 

어쩌면 그때
조금만
이만큼만
용길 내서 너의 앞에 섰더라면
지금 모든 건 달라졌을까

이만큼만 용기: '너를 닮은 꽃을 만들어 너에게 찾아갔던 용기'를 말한다. 처음 사랑에 빠졌을 때 지금 정도의 용기를 내었다면 어땠을까 자문하고 있다. 

난 울고 있어
사라진
무너진
홀로 남겨진 이 모래성에서
부서진 가면을 바라보면서
And I still want you 그리고 너를 아직 원해
But I still want you 하지만 너를 아직 원해
But I still want you 하지만 너를 아직 원해
And I still want you 그리고 너를 아직 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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