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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천왕봉, 출처: http://story.hygn.go.kr>


 

문득 지리산을 가고 싶어졌는데, 그러다가 또 문득 이 노래를 흥얼거렸다. 10 여년 전 다시는 등산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는데 --물론 그때도 그다지 즐기지 않았지만-- 지리산 때문이었다. 대단한 얘긴 아니라서 별로 쓰고 싶진 않다. 어쨌든 이 노래가 생각났고, 이제는 가야겠다고 계획을 세워본다. 

 

봉우리 - 김민기


사람들은 손을 들어 가리키지
높고 뾰족한 봉우리만을 골라서
내가 전에 올라가 보았던 작은 봉우리 얘기해줄까
봉우리
지금은 그냥 아주 작은 동산일 뿐이지만 그래도 그때 난
그보다 더 큰 다른 산이 있다고는 생각지를 않았어
나한텐 그게 전부였거든
혼자였지, 난 내가 아는
제일 높은 봉우리를 향해 오르고 있었던 거야
너무 높이 올라온 것일까, 너무 멀리 떠나온 것일까
얼마 남지는 않았는데
잊어버려 일단 무조건 올라보는 거야
봉우리에 올라서서 손을 흔드는 거야 고함도 치면서
지금 힘든 것은 아무것도 아냐
저 위에 제일 높은 봉우리에서 늘어지게 한숨 잘 텐데 뭐

허나 내가 오른 곳은 그저 고갯마루였을 뿐
길은 다시 다른 봉우리로
거기 부러진 나무등걸에
걸터앉아서 나는 봤지
낮은 데로만 흘러 고인
바다
작은 배들이 연기 뿜으며 가고

이봐 고갯마루에 먼저 오르더라도
뒤돌아서서 고함치거나 손을 흔들어 댈 필요는 없어
난 바람에 나부끼는 자네 옷자락을
이 아래에서도 똑똑히 알아볼 수 있을 테니까 말야
또 그렇다고 괜히 허전해 하면서
주저앉아 땀이나 닦고 그러지는 마
땀이야 지나가는 바람이 식혀주겠지 뭐
혹시라도 어쩌다가 아픔 같은 것이 저며 올 때는
그럴 땐 바다를 생각해 바다
봉우리란 그저 넘어가는 고갯마루 일뿐이라구

하여 친구여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바로 지금 여긴지도 몰라
우리 땀 흘리며 가는 여기 숲 속의 좁게 난 길
높은 곳엔 봉우리는 없는지도 몰라
그래 친구여 바로 여긴지도 몰라
우리가 오를 봉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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